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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4주만에 술술~ 암기가 돼요~

북한 리스크와 화이트스완

`블랙스완(Black Swan)`이란 좀처럼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한번 터지면 어마어마한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사건을 말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자신의 책에 써서 유명해졌다. 지금은 평범한 시사용어가 됐지만 한때 꽤 유행을 탔다. 탈레브가 이 말을 빗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했기 때문이다.

2014년 초 뉴욕으로 출장 갔을 때 일이다. 모 글로벌 투자은행 관계자로부터 세계 경제에 대한 브리핑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이 관계자는 `블랙스완`의 출연 가능성에 유난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중국과 일본의 무력충돌 가능성이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초계비행을 하던 두 나라 전투기가 우발적인 교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고 대비해놓는 그네들의 치밀함이 섬뜩했지만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북한 주민 여러분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며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인륜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진실을 알려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누가 들어도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강도로 치면 2002년 1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비견할 만하다. 북한을 대화가 아닌 축출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 닮았다. 대결을 벌이려면 피해를 각오해야 하는 법. `악의 축` 발언이 나온 날 코스피는 3.2% 급락했고 이후 북·미 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내용상으로는 동독 주민들의 탈출로를 뚫기 위해 헬무트 콜 서독 총리가 1989년 헝가리 정부와 비밀 협상을 벌였던 것을 연상케 한다. 콜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받아들인 동독 탈주자 58만명은 독일 통일의 기폭제가 됐다. 어쩌면 박 대통령의 발언은 비슷한 상황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다 의미심장한 것은 따로 있다. 박 대통령은 어떤 고급 정보를 받아보고 있기에 이런 강성 발언을 하는 것일까. 도대체 북한 내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박 대통령은 지난달 12일에도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제정세에 밝은 노(老)학자와 지난주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몇 년 내 한반도가 전쟁에 휩쓸릴 확률이 30%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30%는 `어쩌면`이 아니라 `반드시 일어난다`고 보고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 확률"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의 교훈은 독재정권의 종말은 임계점을 넘는 순간 갑작스레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발칸의 도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도 그랬다. 밀로셰비치는정확히 16년 전인 2000년 10월 4일 실각했다. 그는 대(大)세르비아주의를 명분 삼아 내전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의 악행에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거나 고향을 등졌다. 하지만 밀로셰비치는 권좌(유고슬라비아 연방 대통령)에서 밀려나기 직전인 2000년 9월 하순까지도 큰소리를 쳤다. 민중봉기는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북한은 다를까.

재작년 봄 뉴욕에서 만났던 글로벌 투자은행 관계자는 "북한 급변 사태는 늘 블랙스완이었다"고 말했다. 그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훨씬 더 엄중해졌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개발해놓고 6차 핵실험을 암시하고 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블랙스완이 아니다. 북한 이슈는 화이트스완(예측 가능한 위기)으로 커밍아웃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미증유의 리스크가 펼쳐지고 있다.

북핵 이슈에서 주도권을 상실한다면 폭격 직전까지 치달았던 1994년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북핵이 실전배치된 후에도 외국 투자자들이 과거처럼 침착함을 유지할지 또한 미지수다. 국내 정치의 잣대로 북핵 이슈를 재단하는 관성(慣性) 때문에 태평해보일 뿐이다. 충격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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